"이제라도 그 복권 찢고 싶다" 돈벼락 뒤에 온 것들

작성자
파워볼지기
작성일
2021-04-04 19:19
조회
99

2006년 외환은행이 서울 명동 본점 인근 소공원에 미국 달러화를 프린팅해 설치한 '돈방석 의자'.



벼락을 맞는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한번쯤 맞길 바라는 벼락이 있죠. 돈벼락. 특히 복권 당첨입니다. 과학적 통계에 따르면 사람이 벼락에 맞을 확률은 70만 분의 1인데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분의 1이랍니다. 이 어마어마한 확률을 뚫고 돈방석에 앉은 사람들은 그 뒤에 '그리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And They lived happily ever!)'가 됐을까요.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가 파헤친 여덟번째 이야기는 '1등 복권 당첨 후의 빛과 그림자'입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은 개기일식만큼이나 흔치 않은 파워볼 1등 당첨 소식으로 들썩였습니다. 미국식 로또라 할 파워볼은 1부터 69까지 숫자가 적힌 공 가운데 5개의 공을 뽑고 1∼26의 숫자가 적힌 파워볼 26개 가운데 한 개를 뽑아 6개의 숫자를 모두 맞히면 1등에 당첨됩니다. 당첨 확률은 무려 2억9220만분의 1로 한 사람이 8번 연속 벼락에 맞는 것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바로 이 ‘8번 연속 벼락 맞는 확률’을 뚫은 행운의 주인공은 매사추세츠 주 치코피의 한 메디컬센터에서 일하는 53세 여성 메이비스 웨인치크입니다. 웨인치크가 단돈 2달러(약 2250원)에 산 파워볼 복권으로 거머쥐게 된 1등 당첨액은 무려 7억5870만 달러(약 8548억 원). 21주간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쌓인 금액이라 한 사람이 받는 액수로는 역대 최고입니다. 지난해 1월 최고 16억 달러(약 1조8112억 원) 당첨금이 나오긴 했지만 당시엔 당첨자 세명이 나눠가졌더랬습니다.

8538억원이란 숫자가 실감이 안 나면 이렇게 이해해봅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액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잘 나가는 맏딸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부부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들리는 말로 최순실씨가 독일에 은닉한 재산이 8000억원대 규모라고 하던데, 웨인치크는 한방에 이를 넘어섰네요.


물론 웨인치크가 실제 받는 돈은 여기 못 미칩니다. 파워볼 1등 당첨자는 세금을 제외한 당첨금을 일시불로 받거나 연금형식으로 29년간 받을 수 있습니다. 웨인치크는 세금 약 40%를 뗀 4억8000만 달러(5400억원)를 일시불로 받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것만 받아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배우 브래드 피트보다 더 부자가 된다는군요.

웨인치크는 당첨 하루 만에 매사추세츠 복권위원회 회견장에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당장 하고 싶은 일은 휴식”이라며 “그들(직장동료)에게 다시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직장인이라면 한번씩 꿈꾸는 통쾌한 장면 아닙니까. “이번 달 제 월급으로 여러분 회식하세요” 이런 ‘핵멋짐 발언’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겠지요.

하지만 돈이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듯 행운의 복권 주인공들은 종종 불행한 뒷얘기를 남기곤 합니다. 사기·이혼·마약 중독은 흔한(?) 편이고 강도 상해를 당하거나 최악의 경우 살해되기도 하지요.

시카고 출신의 자영업자 우루즈 칸은 취미가 파워볼 복권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2012년 6월 습관처럼 긁은 복권은 그에게 100만 달러(약 11억원)를 안겨주었습니다. 당첨금을 일시불로 찾아온 지 한달 만에 그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부검 결과는 청산가리 중독. 경찰 수사에도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고 그의 재산은 아내와 딸이 나눠가졌습니다.


복권 당첨 후에 ‘친하게 지내자’며 접근하는 사람은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플로리다주에서 청소 잡역 등을 하며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던 에이브러햄 셰익스피어는 2006년 1700만 달러(약 191억원)짜리 파워볼에 당첨됐습니다. 셰익스피어는 이 돈을 3년 간 흥청망청 거의 다 써버렸습니다. 이 즈음 그에게 접근한 여성 도리스 무어는 자서전을 쓰자고 꼬드긴 뒤 셰익스피어에게 남아있던 현금 130만 달러와 집을 자신의 명의로 돌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음날 그는 가슴에 두차례 총격을 당하고 집 앞마당에 암매장 됐습니다. 무어는 매장한 자리에 콘크리트까지 덮어 완전 범죄를 꾀했지만 2012년 1급 살인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1988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1620만 달러(약 182억원) 복권에 당첨됐다가 유산을 노린 형제의 살해 음모 등 갖은 음해에 시달린 끝에 재산을 모두 날린 윌리엄 포스트란 사람도 있습니다. 1997년 텍사스주에서 3100만 달러(약 349억원) 복권으로 횡재한 빌리 하렐은 가족·교회·친구 등에게 선심쓰듯 돈을 뿌리다가 2년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2001년 남편과 함께 1100만 달러(약 124억원) 당첨금을 탄 빅토리아 젤은 마약과 술에 취해 운전하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해 교도소에 수감됐습니다. 1985년과 86년 두 차례에 걸쳐 총 540만 달러(약 61억원)에 당첨됐던 뉴저지주 이블린 애덤스는 도박으로 모두 날리고 집도 없이 트레일러에 사는 신세가 됐습니다.


그리고 잭 휘태커가 있습니다.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잘 나가는 건설사 회장이었던 그는 2002년 당시 최고 금액이었던 3억1500만 달러(약 3550억원)짜리 파워볼에 당첨됐지만 4년 뒤 파산을 선언했습니다. 그 4년 사이 휘태커는 이혼 당하고 그의 외손녀와 딸은 마약 남용으로 차례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스트립 클럽에 앉아있다가 차에 둔 54만5000달러를 털리는 등 수차례 강도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파산 후 세간의 관심에서 사라졌던 그는 지난해 12월 다시 언론에 등장합니다. 부엌에서 시작된 화재로 거의 유일한 재산이었던 집 한채마저 타버렸다는 뉴스였습니다. 휘태커는 일찍이 언론에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손녀가 죽은 것도 돈 때문이었어요. 전처는 ‘차라리 그 복권을 찢어버렸어야 했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내 생각도 같아요. 그럴 수만 있다면 찢어버리고 싶네요.”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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